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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말초적인 자극에 절여져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자극은 피로감을 동반한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느낀 점들을 하나하나 써본다. ​ 1. 아무것도 안 하면 생각보다 시간은 느리게 간다. - 최근 일주일 간 일이 너무 많았다. 비몽사몽간에 머릿속으로 하나 둘 짜 맞추면서 외부 자극을 최소화했는데(스마트폰 안 봄) 이 정도면 지겹도록 생각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눈을 떠보니 1시간 30분이 흘러 있었다. ​ 2. 계획은 적당히 세워야겠다. - 왜곡된 시간 감각을 돌이켜 보니 항상 뭘 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했다가 이게 2-3개가 겹치면 사람이 고장이 나는 듯하다. 더군다나 직장을 다니거나 학원에 다니면 외부 과제 또한 주어진다. ​ 그러면 꼭 실수가 난다. 오늘도 호텔 예약을 한다는 게 잘못해서 하루 늦은 날 예약을 했고, 결제 즉시 환불 불가 건이라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일을 바로잡아야 했다. ​ 3.내 시간이 타에 잠식 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 - 이탈 된 시간은 쉽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 그 이탈이 돌이켜 보았을 때 한 가지가 되어 삶을 바꾸어 놓기도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기 전이 1번으로 돌아가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료(공개)한 초단편 소설, 해파리 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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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모자 이야기

2300년경 가장 급속하게 번성한 생명체가 있다고 한다면 단언컨대 ‘해파리’다. 당신은 지구 온난화나 물고기 남획으로 말미암은 천적 감소 따위를 떠올리고 있겠지만 이즈음 해파리의 개체 수는 어림잡아 300억 마리 이상이다! 전 세계 인구가 100억이 조금 안되니까 한 명당 해파리 3마리를 갖는 셈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해파리의 주 서식지가 바다에서 육지로, 정확히 말해 ‘옷장’ 속에서 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AD 2222년 석유 고갈을 비롯한 많은 변화가 인류 앞에 들이닥쳤다. 석유를 대체할 만한 가장 유력한 자원은 바닷속의 망간단괴였다. 때마침 일본과 통일한국을 잇는 심해철도가 완성되었고 미국과 러시아 중국 역시 심해 정거장을 비롯한 심해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심해는 달 탐사 시대의 우주가 그랬던 것처럼 거대한 블루오션이었다. 참고로 미항공우주국 나사는 세금낭비여론과 함께 2213년 해체되었고 대신 우주군이 창설되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22세기 말 이미 화학과 공학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해철도와 유라시아 횡단 열차로 구석구석 이어진 세계는 거대한 지하철을 연상시켰다. 오사카에서 심해열차를 탄 다음 횡단 열차로 환승만 하면 하루 만에 나폴리에서 피자를 먹을 수 있었다. 화학은 딱 연금술 직전까지 발전했다. 모든 것이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율을 보장했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이 그렇듯 만족할 줄 몰랐으므로 무한동력이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는다. 3차 오일 쇼크를 경험한 세대로서 유한 에너지에 대한 불신이 불러온 기류였다. 그리고 무한동력의 열쇠는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시작은 일본의 한 바이오연구센터에서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하면서부터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심해 속에서 아주 적은 유기물만을 섭취하면서도 상당한 빛을 발하는 야광 해파리였는데, 오랜 노력 끝에 바다에서 지상으로 그들의 서식처를 옮기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연구진의 바람대로 해파리가 유기발광 다이오드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첫째로 광도가 약했고, 둘째로 기괴한 모양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절망했지만, 전혀 다른 방향에서 뜻밖의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2291년 밀라노 패션쇼에서 처음 등장한 해파리 모자는 시대의 이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부드럽고 가벼우면서도 마치 실크처럼 우아한, 그리고 빛나는 촉수로 하여금 미래 지향적인 아우라를 발산했다. 이후 샤넬은 새로운 토털패션의 일환으로 해파리를 시판했고 루이비통과 돌체 앤 가바나, 버버리가 뒤를 이었으며 보세 시장까지 퍼지면서 해파리 모자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모든 초등학생에게 해파리 착용을 의무화했다. 시리아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여인들은 히잡 대신 해파리를 쓰기 시작했고 신부들은 면사포용으로 개량된 긴 촉수의 해파리를 머리에 쓰는가 하면 가톨릭 교황 성 안드레아는 전통적인 교황관 대신 2m가 넘는 대왕 해파리를 쓰고 광채를 뽐내기도 했다. 쓰는 방법은 간단한데, 정수리에 무취 가공한 문어 조각을 올리고 해파리를 쓰면 석 달에서 넉 달 정도는 화려한 빛을 발산한다.

심해도시가 완성되면서 유행은 더욱 번져나갔다. 심해도시는 심해철도의 허브로 기능했다. 그 때문에 관광과 유흥, 상업이 발달한 곳이다. 특히 중심가에 자리한 클럽 메갈로돈은 독특한 심해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마케팅이란 다름이 아니라 1시부터 3시까지 불을 끄는 것뿐이었는데 춤추는 사람들의 해파리 모자에서 야광 촉수가 미친 듯이 찰랑거리며 온갖 색을 발산했다. 해파리 입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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